빛과 그림자의 즐거운 유희

인생이 무겁다 한다. 인생의 그림자는 삶을 더욱 버겁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생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유쾌한 놀이, 예술이다. 삼청동 플라즈마 공간에서 펼쳐진 작가 장은의의 설치 작품들은 묵직하지만 버겁지 않고, 가볍지만 부드럽다. 그의 작품들은 어두움 또한 밝음 만큼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속삭인다. 

이번 전시는 해가 진 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영상 작업인 ‘드로우 어 섀도우/ 드로우 어 브로큰에그/ 드로우 어 레인보우’에서 작가는 그림자와 깨진 달걀, 무지개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빛과 그림자 유희는 얇은 스크린 위의 영화처럼 다가온다. 어둠이 내린 오후, 한 작가의 창조의 순간과 그 과정을 따라, 1층부터 4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보라.

그리고 지우고 비추기

거친 콘크리트 벽면 위에 분필로 부서지기 쉬운 달걀 형상이 그려져 있다. 이는 마그리트의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연상시키지만, 그것처럼 버겁거나 엉뚱하지 않다. 달걀의 너그러운 형상은 거대한 에베레스트를 품고, 산세는 달걀의 넉넉한 원형 구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거대한 에베레스트 산을 받들고 있는 연약한 달걀은, 그마저도 깨진 달걀 의 모습을 닮은 산세를 따라 작가에 의해 지워졌다. 인생의 역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듯, 그 연약한 껍질마저도 스스로 부숴버린 것이다. 웅장한 에베레스트는 이러한 지워짐을 통해 빚어진 형상이다.

달걀의 부화, 그 깨어짐을 통한 생명의 탄생, 고난을 겪은 후에만 가능한 새로운 시작. 연약한 껍질을 깨고 나온 신비한 생명력을 머금은 에베레스트 산은 애잔하면서도 견고한 모습이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웅장함에 금세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운틴에그>다. 그렇게 브로큰에그는 마운틴에그가 되었다.

지워진 형상이 빛의 잔상이 되면서, 물질성을 버린 그의 지표들에는 다양한 시간의 층이 충돌한다. 드로잉과 비춤,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의 축이 교차하는 형상에 영원함에 대한 그의 열망이 그 무게를 더한다. 그러나 그는 그 무게에 결코 짓눌리지 말라 말한다. 밀란 쿤데라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라 하지 않았나. 그것은 빛과 그림자 유희의 흔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웅렬한 도상은 기껏 전시기간에나 존재할 수 있는 일회적 이미지이고 감상자들의 손자국에 의해 쉽게 지워질 끄적거림이다. 거대한 것과 연약한 것의 조합. 그 불편한 무게는 충만함으로 다가온다. 모순적인 것들이 조합된, 그 애잔한 덩치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작품의 진수이다.

비추고 드리우고 그리기

화살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림자는 빛에 의한 지표로서, 빛이 대상을 비춤으로써 생기는 존재이다. 강렬한 조명이 비추는 대상은 바로 견고한 시멘트 벽면을 뚫고 들어간 화살. 그런데 생각보다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거대하고 견고해 보이는 것은,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이다. 점멸하는 조명은 화살보다 벽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그림자를 주목하게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상은 그림자인 셈이다. 작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대상, 화살로 인한 그림자를 그를 바라보는 사랑의 주체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빛과 사랑에 의한 지표는 희생과 기억으로 버무려진 흔적이다. 벽면에 드리워진 증후는 강렬한 빛으로 다시금 덧입혀진다. 당당한 태양신 아폴론의 사냥용 화살보다 장난스런 에로스의 화살이 더 큰 이야기와 감흥을 만들 듯, 점멸하는 조명은 작은 화살에서도 강렬한 음영을 남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 깃들인 나의 모습, 사랑을 통해 두터워진 내 인생의 음영이 된다.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이 결국 사랑의 대상보다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반응 이었음을 자각하는 순간, 조명이 꺼져도 여전히 늘어진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빛과 상관없이 드리워진 그림자이자 드로잉이었다. 실재하는 비실재적 그림자는 재현의 문제를 건드린다. 또 다른 빛과 그림자의 놀이인 영화는 얇은 스크린 위에서 실재와 비실재를 혼동시키며 사라지지만, 그의 또 다른 환영은 암전의 상황에서도‘다시 현전’하게 되었다. 대상을 드러내는 빛이 실상은 대상을 삼켜버리고 대상으로 빚어진 비실재적 지표를 강조하고, 비실재가 실재를 잠식하는 이러한 상황.‘빛을 가려’대상을 마음대로 아로새긴 주체의 눈먼 사랑이다. 작가는 그것이 사랑의 진면목이라 말한다. 그 속에서 그림에 대한 작가의 열정을 가늠해본다. 작업에 대한 작가의 열망은 사랑에 눈이 먼, 그래서 사랑의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기 보다는 사랑하는 자신의 상황을 사랑해버리는 첫사랑, 그것일지 모른다고. 힘들어도 괴로워도, 어둡고 슬퍼도, 드리워져 고통스러워도 또 사랑하고 또 그리게 되는 작가의 작업에 대한 열망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비추고 드리우고 기다리기

3층 중앙에 작은 프리즘이 돌아가고 있다. 3개의 조명을 받으며 연출되는 빛의 움직임은 점차 무지개가 된다. 빛이 모아졌다가 헤어지고 다시금 만나는데, 그 빛은 벽면에 그려진 무지개 드로잉 위로 드리울 때 가장 강렬하다.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실재와 허상의 만남. 그 짧은 조우는 금세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 간다. 다시금 차가운 빛. 언제 그렇게 아름다운 무지개 빛이였나 싶을 정도로. 그 차가운 빛이 퍼져서 모습을 감춘다.

신화 속에서 종종 다리로 등장하는 무지개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이나 존재를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작가에게 무지개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 후에 얻게 되는 보상 혹은 이제는 행복해져도 된다는 위로인가. 그 무지개는 지금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다리가 되어, 빛으로 내려온다. 관람자들 손 위로 얹어진 무지개 빛. 설레며 기다리게 되는 그 짧은 순간은 사라짐의 아쉬움으로 더 즐겁고, 허망함으로 더 아름답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자, 먼지, 바람을 그토록 ‘끌어당겨’ 미술사에 큰 울림을 남긴 뒤샹의 앵프라민스처럼, <For Joy>는 빛과 그림자의 유희가 만들어내는 얇은 이미지들의 층위를 통해 우리의 감상과, 우리의 삶을 증폭시킨다. 장은의는 기억과 재현을 그려내어 우리의 감응을 끌어내고 있다. 무지개는 그 통로가 되었다. 관람자는 그 만남의 순간을 기다린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찰나의 순간을 위해 또 기다려야 하지만, 비물질화되어 떠도는 그녀의 빛의 유희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즐겁기 때문에.

전시장을 내려오면서, 일층 입구에서 돌아가고 있던 앙증맞은 선풍기가 생각났다. 그 선풍기는 못의 그림자를 머금은 얇고 작은 따블로를 건드리고, 사랑에 대한 작가의 잔상인,‘진정한 사랑을 해본 덕에 병신되었다’라는 글귀를 바람의 형상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오마주에 가까운 그 묵직한 영화 대사는 노란 스마일 선풍기로 인해 가벼워졌다. 이제 작가에게 작업은 비타민과 같은 <맛있는 그림>이 되었다. 작가는 함께 그렇게 즐기자 한다. 관람자는 작가의 주문대로 빛과 그림자의 유희를 행복하게 경험할 일이다.

박윤조(미술비평) 2013

Joyful play with light and shadow

Life is said to be heavy. The shadow of life makes it much heavier. Nevertheless, something still makes it worth living. That’s joyful play, art. Jang’s installations, which seemingly look light and soft, appear to deliver a message that is heavy but not hard to accept: darkness has as much power to make life beautiful as brightness.

For this exhibition, viewers can enjoy Jang’s works only after dark. In her artworks using beam projection <Draw a shadow>, <Draw a broken egg>, and <Draw a rainbow>, Jang ‘draws’ a shadow, a broken egg and a rainbow into her story. Her play with light and shadow feels like a movie on thin screen. One evening after darkness falls, drop by to follow her creative trail.     

Draw, erase and project

There is a chalk drawing of a broken egg on the rough concrete wall. It reminds of a huge chunk of rock floating in the air in René Magritte’s <Le chateau des Pyrenees>, but it hardly seems burdensome or bizarre like that. The generous contour of the egg embraces the gigantic Mount Everest, which appears to aptly sit inside the roomy oval line of the former. The fragile egg, which supports the huge mountain, was partially erased by its creator in line with the contour of the mountain, which resembles that of a broken eggshell. Jang let the broken eggshell be there, as if she had accepted the distress of life without much resistance. The magnificent Everest is what has been formed through such ritual of erasing. 

The hatch of the egg and subsequent birth of life hints that adversity is a prerequisite to a new beginning. Mount Everest that captures the mysterious power of life coming from the fragile egg looks pathetic but resolute. Viewers might find themselves overwhelmed by the seemingly unbearable magnificence of the mountain, more precisely speaking, the mountainegg. That way, the broken egg has evolved into the mountainegg.  

As the deleted image becomes the after image of light, different layers of time collide with the surface of the ground that has lost its material property. Her desire for eternity adds more weight to an image created when the temporal axises of the past and the present intersect while rotating. However, Jang tells us not to be overwhelmed by that weight, just as Milan Kundera put in his novel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a life which disappears once and for all, which does not return, is like a shadow.” That’s because life is the traces of play with light and shadow. The strong and vibrant icon of life is nothing more than a one-time image that is doomed to disappear with the closing of the exhibition and a rough sketch that can be easily erased by viewers’ hands. A combination of something immense and something fragile. Jang transforms the weight arising from such uncomfortable match into fullness. The essence of her works lies in the pathetic bulky body, a representation of paradoxical combination.  

Light, shade and draw

There is a huge shadow of the arrow. A shadow is an indicator made by light, something that comes into existence as light emits over an object. Here, it is the arrow penetrating into the hard cement wall that is illuminated by the intense light. And it is smaller than expected. Nevertheless, it looks very large and strong because it has a shadow stretching out in its tail. The flickering light makes viewers pay attention to the shadow running across the entire wall, rather than the arrow itself. It is the shadow that comes into spotlight. Jang says that the arrow is the beloved object, and the shadow of the arrow is the subject who sees the object. The indicator of light and love is a sign of sacrifice and memory. The signs looming on the wall are re-covered with the intense light again. Just like the arrow of the mischievous Eros giving greater inspirations and more interesting drama than the arrow of Apollo, the God of the sun, the flickering light leaves a clear shade even in the small arrow. That is my look imbued with love, a shade of my life that has thickened through love.  

As one comes to recognize that ‘the dark shadow thrown in the rear side of the object as it intercepts light’ is the subject’s response to the object, rather than the object of love, one can discover a shadow extended yet even after light is off. It is a shadow or a drawing cast there independent of light. The non-existential shadow that actually exists raises the issue of representation. The film, which is another kind of light and shadow play, is disappearing, making  the line between the existential and the non-existential blurred, but another fantasy of the film comes to existence again, even when the lights are out. The light that is expected to reveal the object instead swallows it and highlights the non-existential indicator that takes the form of the object, and the non-existential eats up the existential. This is the blind love of the subject that shades the light and engraves the object to its liking.

Jang calls it the true color of love. One can fathom her passion for painting. Her passion for painting is first love – blindly seeking love so falling into love with the situation itself where she loves someone rather than putting the object of love into perspective. No matter how tough and challenging, how dark and sad, and how shadowy torturous, she cannot stop painting and will keep doing it again and again. This is her passion for painting and that is ‘true love’.

Project, cast and wait

 At the center of the 3rd floor is spinning a small prism. Presented by three lighting devices, the movement of light gradually becomes a rainbow. The light repeatedly converges and disperses, and it appears to be most intensive when cast over the rainbow drawn on the wall. Viewers have to wait patiently for a while to see the reality and the illusion meeting each other. The fleeting rendezvous is soon replaced by what was there just before. Again comes a freezing light, making a viewer doubt that there ever existed such a beautiful rainbow.   

A rainbow, which often appears as a bridge in the myths, has been a channel through which human beings are connected to a hard-to-imagine world or beings. What does the rainbow mean to Jang? Is it a compensation that has been granted her after she went through the suffering of true love or a kind of comfort that sends her a message that now it is time to be happy again? Being a bridge between the artist and viewers, that rainbow comes down as light. The light of rainbow is cast over a viewer’s hand.

After waiting a while with expectations and excitement, what a viewer finally sees is a briefly passing moment, making him or her feel sorry and empty, but that transience also makes the rendezvous more beautiful and joyful. To show a concept that cannot be materialized, just like inframince defined by Duchamp who fiercely ‘drew’ shadows, dust and winds to have huge implications in art history, Jang’s <For Joy> amplifies our life through multiple layers of shallow images created through play with light and shadow. Jang indeed draws reactions from inside our mind by sketching memories and representations. And the rainbow serves as a channel for it. 

A viewer has to wait until it becomes dark and wait again for an ephemeral rendezvous, but it’s worth it, because it is really pleasing.

A heavy line from a movie, which is close to Hommage to her life, has lightened thanks to the yellow smile fan. Now, for Jang, work has become ‘delicious painting’ like vitamin. Jang tells us to have fun together. What a viewer is supposed to do is just to share her play with light and shadow cheerfully, as she hopes.

At the entrance of the 1st floor is spinning a tiny fan. That fan touches a thin and small tableau with the shadow of nails on it and veers away ‘Thanks to the experience of true love, I has become a cripple,’ which look like flying ribbons. That’s what has left in her mind after the love has gone.  

Yunjo Park(Art critic) 2013